희망찬 이야기
비에 대한 시 3편!!
에이팅
2012. 9. 13. 17:26
비에 대한 시 비오는 날 읽어 보시면 너무너무 좋은시 입니다.
보슬비의 속삭임 - 강소천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꽃밭으로 갈 테야.
꽃봉오리 만지러 꽃밭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풀밭으로 갈 테야.
파란 손이 그리워 풀밭으로 갈 테야.
<비에 대한 시>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병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
<비에 대한 시>
가을비 - 조병화
무슨 전조처럼 온종일
가을비가 구슬프게 주룩주룩 내린다.
나뭇잎이 곱게 물들다 시름없이
떨어져서 축축히 무심코
여기 저기 사람들에게 밟힌다.
순식간에 형편 없이 찢어져서
꼴사납게 거리에 흩어진다
될대로 되어라, 하는 듯이..
그렇게도 나뭇가지 끝에서
가을을 색깔지어 가던 잎새들도..
땅에 떨어지면, 그뿐
흔들이 버리고 간 휴지조각 같다.
아, 인간도 그러하려니와..
언젠가는 나의 혼도 그렇게 가을비 속에
나를 버리고 어디론지 훌쩍 떠나 버리겠지,
하는 생각에 나를 보니..
나도 어느새, 가을비를 시름없이
촉촉히 맞고 있었다.